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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69

[시] 안미옥, 여름잠 아주 열린 문. 도무지 닫히지 않는 문. 나는 자꾸 녹이 슬고 뒤틀려 맞추려 해도 맞춰지지 않았던 내 방 문틀을 생각하게 돼. 아무리 닫아도 안이 훤히 보이는 방. 작은 조각의 침묵도 허락되지 않않던 아주 사적인 시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아서. 네 문을 닫아보려고 했어. 가까이 가면 닫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비틀어진 틈으로 얼굴을 밀어 넣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게 되었어.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네가 가진 것은 모두 문밖에 나와 있었고, 나는 그게 믿어지지 않아서 믿지 않으려 했다.  춥고 서러울 때. 꿀 병에 담긴 벌집 조각을 입안에 넣었을 때. 달콤하게 따듯했어. 꿀이 다 녹고 벌집도 녹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 녹아도 더는 녹지 않고 .. 2024. 10. 8.
[시] 서덕준, 고요한 침식 너는 바다였고 나는 절벽이었다 너로 인해 마음이 무너지는 동안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요히 뒷걸음 치는 것 사랑은 그렇게 매일을 네게서 물러나는 것이었다.  서덕준, 2024. 8. 29.
[시] 백희다, 너는 또 봄일까 봄을 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그래서 여름이 오면 잊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생각이 나는걸 보면너는 여름이었나이러다가 네가 가을도 닮아있을까 겁나하얀 겨울에도 네가 있을까 두려워 다시 봄이 오면 너는 또 봄일까 ​ 백희다, 2024. 8. 28.
[시] 이승은, 굴절 물에 잠기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보기에 그럴 뿐이지 다친 곳은 없다는데근황이 어떻습니까, 아직 물속입니까? ​ 이승은, 2024.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