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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세무

[뉴스]47년째 바뀌지 않은 ‘부가가치세율 10%’ 괜찮나

by yulmussi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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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안창남의 생각
부가가치세 혁신 방법
국민 삶과 밀접한 부가세율
최근 부가세 인하 공약 나와
선거 때 반복되는 재탕삼탕 공약
개편 방안 진지하게 고민할 때

 

# 4ㆍ10 총선 과정에서 여권 수장의 말 한마디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민생과 밀접한 가공식품의 부가가치세율을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 이렇게 철만 되면 정치권에선 부가가치세율 인하론을 꺼내 들지만, 사실 지금 논의해야 할 건 ‘인상이냐 인하냐’가 아니다. 1977년 도입한 이후 47년째 고착화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10%’란 방정식을 혁신하는 게 더 중요하다. 

부가가치세는 평범한 시민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그 대가의 10%를 꼬박꼬박 사업자를 통해 내는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세제다. 식당에서 메뉴판 가격을 볼 때 부가가치세 포함인지 아닌지를 잘 살펴둬야 대금을 지급할 때 실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는 1977년 박정희 정부가 당시 시행 중이던 영업세를 폐지하고 도입했다. 유엔 소속 칼 S. 샤우프(Carl S. Shoup)의 자문보고서 등을 토대로 만들었는데, 목적은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7~1981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부가가치세가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인정과세認定課稅 시비를 해소했다. 복식장부와 세금계산서를 토대로 납부할 세액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참고: 인정과세란 정부가 조사한 여러 간접자료를 근거로 과세표준액을 결정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말한다.]

아울러 소득세제의 근로자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공제제도와 매칭되면서 사업자의 과세표준 양성화에 이바지했다. 도입 후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부가가치세는 2023년 국세 수입액 344조원 중 소득세 115조8000억원, 법인세 80조원 다음으로 73조8000억원을 거두는 대표 세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부가가치세의 표면적 성적표는 괜찮아 보이지만 구조적인 문제점이 숱하다. 첫째, 세율이 경직돼 있다.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 당시 채택한 10% 세율은 47년이나 흐른 지금도 똑같다. 반면,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모델인 유럽연합(EU)은 복수세율 체계를 갖추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기본세율은 20%, 경감세율은 10%와 5%, 2.10%로 세분화하고 있다. 독일의 기본세율은 19%이고 경감세율은 7%이다. 영국의 기본세율과 경감세율은 각각 20%, 5%다.

우리나라 세율 10%가 높거나 낮다는 게 아니라 거래구조가 복합해졌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47년 내내 10%를 계속 적용하는 게 비합리적이란 얘기다. EU는 고쳐서 잘 사용하는데 우리가 안 하거나 못하는 건 게으름의 탓인가 용기가 없어서인가.

예를 들어, 프랑스 식당의 홀에서 음식을 먹으면 10% 세율을 적용하는 데 반해, 주문한 음식을 포장해 가져가면(take out) 5.5% 세율을 매긴다.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라는 사회문화적인 주문을 세법이 수용한 결과다.
 
혹자는 식당 내 취식과 테이크아웃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코드(barcode)만 잘 이용하면 얼마든지 구별할 수 있다. 머리를 조금만 쓰면 소비자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거다. 

둘째, 면세 사업의 범위가 너무 넓다. 부가가치세 면세제도는 소비세의 역진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초생활 필수품인 재화ㆍ의료 등 국민후생 용역, ▲문화 관련 용역, ▲금융보험 용역 등에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EU에서는 우리나라가 면세로 하는 거래 중 적십자사의 혈액공급 등 공공성이 아주 높은 것만 제외한 대부분을 정상 세율이 아닌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면세거래를 과세거래로 전환하더라도 우려할 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과세거래를 면세거래로 전환해도 가격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사업자가 면세재화를 구입하면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해 세금납부액이 늘어나는 역효과를 되레 ‘과세거래 전환’으로 막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 지점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물론 부가가치세제를 혁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전례前例를 살펴보자. 1977년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한 박정희 정부는 자영사업자의 세금저항이 잇따르면서 1978년 제10대 총선거에서 부가가치세 폐지 공약을 내세운 야당에 1.1%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이웃 일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0년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은 5%인 소비세 세율을 2014년 4월 8%, 2015년 10월 10%로 인상하는 계획안을 담은 ‘소비세 인상을 통한 복지재원 조달’을 시도했다. 이는 2012년 중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하는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참고: 일본은 2019년 10월 1일부터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해 시행하고 있다.]

 

 

‘복지는 달고 세금은 쓰다’란 격언은 어떤 나라에서든 똑같이 통용된다. 그래서 세율을 논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세율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면세범위를 축소해 과세전환하되 2% 정도의 경감세율을 적용하면 사업자의 매입세액 공제가 가능해져 세부담이 줄어드는 등 기존 면세제도의 거추장스러운 문제점을 정리할 수 있다. 

도입한 지 47년째인 부가가치세, 이제 그 개편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 EU 제도를 참조해 우리 사회 구조와 소비문화에 적절한 제도가 어떤 것일지 공론화 대상에 올려야 한다. 

 


안창남 AnP 세금연구소장 | 더스쿠프
acnanp@yahoo.com 

출처 : 더스쿠프(https://ww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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